한국소비자연맹이 SKT와 KT를 상대로 계약 철회 약관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비자단체소송에서 15일 대법원은 현행 이동통신사의 약관이 부당하다고 판결하고 원심을 파기환송 했다.

원심은 통신사들의 약관이 소비자의 계약 해지권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는데 대법원이 이를 뒤집어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2015년 3월 사업자의 위법한 행위의 시정과 예방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공익소송센터’를 개소(센터장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하고 통신 약관에 대해 검토했고 2015년 12월에 SKT·KT·LGU+ 통신3사를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법 등에 소비자단체소송 소장을 제출했다.

소비자공익소송센터는 법학교수, 변호사 등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해당사건은 이상민변호사와 오인영변호사가 담당해 진행했다.

‘소비자단체소송제도’는 '소비자기본법' 상 사업자의 위법한 행위의 금지나 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이다. (2008년 1월 1일 시행)

<자료>한국소비자연맹 제공

SKT, KT, LGU+을 상대로 이동통신사가 소비자기본법에서 정하는 계약 해지 및 청약 철회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소송제기의 이유였다. 이동통신사의 이용계약을 해지하려면, 소비자는 해지 신청일로부터 14일 이내 전화나 팩스, 우편 등으로 신분증 사본을 고객센터에 제출해야 했다.

서류가 고객센터에 도착하지 않으면 서비스는 재개되고 요금도 나온다. 또 단말기 구매와 서비스 이용 계약이 함께 체결돼 서비스를 해지하면 단말기 지원금 등 위약금을 반환해야 하는데, 해당 약관은 전자상거래법과 방문판매법에 따른 청약철회권 행사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앞서 한국소비자연맹은 SKT와 KT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소비자가 자신의 의사로 해지 의사표시를 한 것임을 증명하지 않는 한, 통신사는 계약 존속을 전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신분증 사본 미제출로 서비스를 재개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단말기 지원금 반환 의무에 대해서는 “회선이 개통돼 이동통신서비스가 개시되면 서비스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소비자는 청약 철회를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등을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회선이 개통돼 이동통신서비스 일부가 사용·소비됐다고 하더라도 청약철회권 행사가 제한될 정도로 이동통신서비스에 현저한 가치 감소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부 가치가 감소했더라도 이동통신서비스 계약에서 제공이 예정된 전체 서비스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부분이라며 소비자는 아직 제공되지 않은 서비스에 대해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또한 재판부는 단말기 지원금 반환 의무에 대해서 단말기 구매계약을 그대로 두고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에 대해서만 청약철회권을 행사하면 소비자는 단말기 지원금 등 지급 조건을 어긴 것이 되어 단말기 지원금 등을 반환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사실상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공익소송센터 개소 후 소비자단체소송 5건, 소비자손해배상소송1건을 제기했다. 소비자단체소송 중 2건은 패소해 1,500만원 상당의 변호사 비용을 부담했고, 한건의 패소비용은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이다.

사업자의 위법한 행위의 시정과 예방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6건의 소비자를 대표하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기업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자료도 내놓지 않고 법원은 이를 수용하는 현실에서 소비자가 제대로 된 권익을 보장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증거게시제도에 대한 도입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소비자단체소송과 같은 공익소송에 있어 패소자부담은 소송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속한 개선이 필요하다.

의미 있는 판결을 해준 대법원에 감사의 말을 전하며 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단체소송제도가 2008년부터 시행되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사유를 면밀히 분석해 사업자의 위법한 행위의 금지나 중지를 청구해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rivalnews01 기자  rivalnews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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